송영길 당대표, 여순사건 제73주기 합동위령제 및 추념식 추념사
송영길 당대표, 여순사건 제73주기 합동위령제 및 추념식 추념사
□ 일시 : 2021년 10월 19일(화) 오전 10시 30분
□ 장소 : 여수 이순신광장
■ 송영길 당대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수·순천 10·19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 박성태 회장님을 비롯한 전국의 유가족 여러분, 김영록 도지사님과 내외 귀빈 여러분, 김한종 의장님과 도의원 여러분, 장석웅, 이석문 교육감님과 소병철, 김회재, 주철현, 서동용, 이용빈 의원님, 특히 제주에서 와주신 4.3 가족 여러분, 여수·순천 10·19사건이 올해 73주년을 맞았습니다. 삼가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헤아릴 수 없는 상처와 슬픔을 안고 통한의 세월을 견뎌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73년 전 10월, 제주 4.3에서 불어온 비극의 바람은 여수·순천의 무고한 생명들을 집어삼켰습니다.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숱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목숨을 빼앗기고 가족을 잃어야 했습니다. 수많은 부모들이 밤새 돌아오지 않는 아들, 딸을 찾기 위해 피 묻은 거적을 들춰야 하는 고통을 감내했습니다. 연좌제의 시퍼런 칼날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아픔까지도 속으로 삼키고 또 삼킬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념 대립의 광기 앞에 통곡소리조차 죄가 됐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1934년에 벌교 회정마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어머님께서 15살 당시 주변 오빠, 아저씨들이 잡혀가서 돌아오지 못했던 생생한 경험을 제가 어렸을 때 자주 들려주시곤 했습니다. 저희 아버님은 1932년생 고흥군 대서면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젊은 17살의 나이에 반란군 부역자로 오해를 받아 경찰서에서 죽도록 두들겨 맞고, 할머니께서 3대 독자라며 살려달라고 사정을 해서 풀려났던 경험을 들었습니다.
여수·순천·고흥에서는 6.25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여순이 훨씬 잔인하고 무서웠습니다. 제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똑똑한 놈은 다 맞아 죽더라. 영길이 네가 죽지 않으려면, 너를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가 꼭 돼라' 그래서 저한테 사법시험 공부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모진 70여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엄혹한 권력도, 세월도 여수·순천의 그날을 돕지 못했습니다. 유가족들과 지역사회, 시민들을 중심으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눈물 나는 투쟁이 이어졌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군경에 의한 민간인 집단 학살 진상이 확인됐습니다. 여기 우리 위원장님께서 와 계시는데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해 1월 사법부 역시, 여수·순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국가 공권력의 명백한 잘못이 마침내 인정된 것입니다. 김대중 정부 때 추미애 의원이 4.3의 아픔을 대표 발의해서 4.3특별법이 통과되었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4.3 희생자들을 위로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김영록 도지사께서 제일 먼저 공식 관을 대표해서 추모 행사에 참여 했고, 이어서 국가가 이에 대한 반성을 함과 동시에 드디어 국회 차원에서도 특별법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제가 2000년도에 처음 16대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당시부터 이 법이 발의되었습니다만 역부족으로 이 법이 통과되지 못하다가 올해 6월 존경하는 우리 당 소병철 의원이 대표 발의하신 여수·순천 사건 진상규명 특별법이 여기 계신 김회재, 주철현, 서동용 의원님, 또 서영교 행안위 위원장을 비롯한 우리 당 의원들이 협력해서 여야 합의로 이 법이 통과된 것입니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로써 16대 국회부터 이어진 특별법 제정 논의가 정확히 20년 만에 매듭지어졌습니다. 오랜 세월 꿋꿋하게 기다려주신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 힘을 모아주신 시민사회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의 위원회 구성과 진상조사, 의료·생활 지원금 지급, 추모공간 조성 등이 추진됩니다. 내년 1월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민주당은 후속 조치의 차질 없는 이행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겠습니다. 온전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과제가 있습니다. 여수·순천 10·19사건의 국가기념일 지정이 그것입니다. 국회 내 논의를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또한 내년 합동위령제에는 새로운 민주정부 4기 대통령님을 모시고 이곳을 찾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함께 올리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여순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라남도 주관 하에 열린 합동위령제에서 피해 유족과 순직경찰 유족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습니다. 제주 4.3이 그랬던 것처럼 여수·순천 10·19사건도 적대와 절망을 딛고 용서와 화해, 상생의 동백꽃으로 다시 피어났습니다. 거듭해서 위로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서로의 고통을 보듬으며 우리는 지난 73년 동안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 왔습니다. 여순이 남긴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고, 피해자들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될 때까지 그러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이념 갈등의 상호 간 피해를 치유함으로써 우리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다시 한 번 희생영령들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2021년 10월 19일
더불어민주당 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