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친 우리 아이에게.
인생을 바꾸는 건 점수가 아닌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
너는 지금 막 인생 최초의 도전을 끝냈어. 수능을 치르고 나왔잖니. 잘 쳤을 수도 있고 잘못 치고 울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수고 많았고 고생도 많았어. 어른들이 더 노력해서 시험 점수로 능력을 재단하고, 수능 한 번으로 인생이 뒤바뀐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그런 세상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너희가 부족한 만큼 어른들도 사실은 많이 부족하단다. 지금 어른들이 다 이루지 못한 걸 이제 너희들이 만들어 가야 할 거야.
수능을 막 마치고 나온 너희에게 사회를 바꾼다는 생각은 아직 멀 수도 있어. 당장 내 점수와 나의 합격만이 유일한 문제처럼 느껴지겠지. 하지만 수능은 인생에서 여러 번 주어지는 기회의 한 번일 뿐이야. 인생은 예측할 수 없어서 때로는 알지 못하는 바람이 날 한없이 끌어올리기도 하고 그 바람이 느닷없이 내 인생 모든 것을 허물어버리는 돌풍으로 변할 수도 있어. 노력만으로는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야. 그렇다고 노력이 아무런 쓸모없는 것은 아니지. 우리는 나 자신이 한없이 올라갈 때 자만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돌아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 반대로 내 삶이 절망 속에 빠졌을 때도 그것에 함몰되지 말고 아주 작은 빛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또한 노력해야 해. 문제를 풀고 점수를 받는 것은 그런 노력의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야. 그런 노력은 어떻게 하느냐고?
저명한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에게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어. “선생님은 인간의 문명이 시작된 최초의 증거를 어디에서 찾으셨습니까?” 미드는 이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어. 어느 원시인이 다리가 부러졌는데 치료받은 흔적을 보고 인간 문명의 증거를 찾았다고. 나약한 존재였던 원시인은 다리를 다치면 짐승이 먹이가 되었겠지. 그가 비참하게 죽지 않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고 그것이 짐승과는 다른 인간의 시작이라는 거야. 우리는 이 일화의 교훈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 너와 나,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의 친절과 사랑으로 인해 이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너희들은 학교에서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고 배웠겠지? 거짓말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냐. 노력을 통한 능력주의 경쟁에서는 누구나 패배자가 될 수 있어. 누군가는 반드시 아파야 해. 아파하는 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 타인에 대한 친절과 사랑, 그 마음만이 우리를 항상 절망에서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단다.
수능을 마치고 나온 우리 아이들아. 지금은 해방감에 젖어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며 느긋하게 지내도 좋아. 이렇게 느긋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인생에서 별로 없단다. 그리고 느긋함 속에서 네가 얼마나 많은 보호와 사랑을 받고 지금을 즐기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렴. 그 사랑이 지금 너를 만든 거야. 그러니 인생을 만드는 건, 또 바꾸는 건 점수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랑과 친절한 마음, 그 마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란다. 부디 이 글을 쓰는 마음이 너에게 가닿기를 바라. 그래서 네가 어른이 된 사회가 지금 우리가 만든 사회보다 더 나은 사회이기를 바라. 꼭 그렇게 될 거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부대변인 김진 (010-2532-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