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예방 사각지대 구‧군과 시가 함께 없애자!
〇 2017년 부산시 자궁경부암 환자 수 5,178명 2021년엔 5,734명으로 급증 〇 17~21년 환자 수 증가율 10.7%…8대 특‧광역시 중 4번째로 높은 수치 〇 작년 12월 사하구의회 유영현 의원 예방접종 지원 조례 전국 최초 제정 〇 강서구‧동구‧중구‧부산진구‧사상구 조례 제정…다른 지역도 입안 동참 〇 예방접종 사업 지속과 구‧군 건강 격차 해소 위해서는 시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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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견문 내용
〇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이라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내세운 도시 슬로건 진정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부산시가 구‧군의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 시비 지원 요구를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으면, 330만 시민은 과연 부산이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곳인지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
〇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5,178명에 그쳤던 부산시 자궁경부암 환자 수는 불과 4년 만에 10.7%나 급증했다. 증가율로는 8대 특‧광역시 가운데 △광주(+29.4%) △경기(+22.6%) △울산(+21.6%)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 서울 | 인천 | 대구 | 대전 | 광주 | 울산 | 경기 | |||||||
17년 | 21년 | 17년 | 21년 | 17년 | 21년 | 17년 | 21년 | 17년 | 21년 | 17년 | 21년 | 17년 | 21년 | |
환자 수 (명) | 23,505 | 24,219 | 2,697 | 2,563 | 4,908 | 4,197 | 1,923 | 1,919 | 1,662 | 2,152 | 913 | 1,111 | 11,539 | 14,149 |
증가율 | +3.0% | -4.9% | -14.4% | -0.2% | +29.4% | +21.6% | +22.6% |
▲표1 2017‧2021년 주요 광역지자체 자궁경부암 환자 수 및 증가율
〇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반복적인 사람유두종 바이러스(이하 ‘바이러스’) 감염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을 막으면 자궁경부암 발병에 이르는 연쇄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가다실, 서바릭스 등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예방 백신이 일찍이 개발돼 시중에 유통돼 있다. 백신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정 기간 내에 정해진 횟수만큼 접종을 마치면 자궁경부암 예방효과는 9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자궁경부암을 두고 ‘예방백신이 존재하는 사실상 유일한 암’이라고 부른다.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어도 자궁경부암 환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는 건, 백신 가격 탓이다. 접종 연령과, 백신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온전한 효과를 기대하려면 정해진 기간 내에 세 차례가량 접종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차례 접종에 많게는 30만 원가량 지출해야 한다. 즉 접종을 마치려면 최대 100만 원을 써야 하는 셈이다. 바이러스 특성상 감염되더라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 까닭에, 많은 여성이 백신을 맞으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비용 부담 탓에 쉽사리 접종을 결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신규 자궁경부암 환자의 지속적인 발생이라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이어졌다.
〇 그동안 중앙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2016년 6월부터 정부는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을 시행했다. 사업 핵심은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을 지원하는 거다. 이를 통해 적어도 자라나는 세대만큼은 자궁경부암 발병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2022년부터 정부가 접종 지원 대상을 기존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서 △만 13~17세 여성 청소년 △만 18~26세 저소득 여성으로 소폭 확대했다. 이전보다 많은 여성이 혜택을 누리게 된 점은 누가 뭐래도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사각지대의 발생과 방치’다.
2003년 이전에 태어났거나 저소득층이 아닌 여성은 많게는 100만 원에 육박하는 접종 비용을 어떠한 지원 없이 스스로 모두 감당해야 했다. 이는 ‘예방접종 결정 장벽’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여성을 ‘자궁경부암 예방 사각지대’ 속에 방치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았다.
〇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 지원 조례(이하 ‘조례’)는 2022년 12월 부산광역시 사하구의회에서 전국 최초로 제정됐다. 조례 핵심은 사하구가 자체 재원을 활용해 주민에게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하는 거다. 중앙정부와 국회가 아닌 기초의회가 자궁경부암 예방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주민 모두의 보편적 건강권 증진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〇 사하구의회가 조례를 처음 입안한 후 조례는 다른 지자체로 빠르게 퍼졌다. 부산에서는 △강서구 △동구 △중구 △사상구가 조례를 만들어 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부산 외에도 △경기도 동두천시 △전라북도 순창군 △전라남도 여수시 △전라남도 무안군 △경기도 화성시 △충청남도 보령시에서 조례를 새로 만들거나,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그야말로 봄바람을 탄 들불 같은 확산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초지자체 주도로 조례를 제‧개정하고서, 광역지자체인 부산시에 지원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뜬금없다’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이번 지원 요청에 ‘기초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었으니, 사업 시행과 그에 따른 부담도 오로지 기초지자체 몫’이라고 냉담하게 선을 그을지도 모른다. 이는 결코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〇 부산시가 지원에 나선다면 구‧군 부담이 줄어, 지금보다 많은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순히 해당 구‧군 주민의 건강권 증진을 넘어 부산 시민 모두의 건강권 증진이라는 더 큰 결과를 낳는다.
지난 5월 부산 북구의회에서도 조례가 발의됐다. 하지만 집행부가 접종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대했다. 이 때문에 상임위 심의에서 ‘심의 보류’ 결정돼, 지금껏 상임위에 발이 묶여 주민 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신세에 처했다.
북구 사례에서 보듯, 재정 사정이 열악한 기초지자체 처지에서는 조례 제정과 예방접종 사업에 아무래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조례를 입안해 접종 지원에 나선 구‧군과 그렇지 않은 지자체 사이 지역 사이 건강 격차가 생기고 커지는 건 결코 반갑지 않은 귀결이다. 게다가 부산시 지원이 뒤따르면 구‧군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것보다 더욱 빠르게 ‘자궁경부암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가 예방접종 사업에 시비를 투입할 필요성은 그야말로 차고도 넘친다.
〇 부산시는 구‧군이 시행하는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 사업 지원을 더는 주저해선 안 된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이 걸리는 암 가운데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자궁경부암으로 해마다 900여 명이 목숨을 잃는다.
앞서 언급했듯,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의 자궁경부암 예방효과는 90%에 달한다. 따라서 구‧군과 시가 힘을 합치면 대한민국에서 부산 시민만큼은 자궁경부암에 걸려 고통받거나, 목숨을 잃지 않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난 9월 6일 북구의회가, 이튿날 사하구의회가 부산시에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 사업에 시비 지원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발송했지만, 안타깝게도 부산시는 묵묵부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부산지역 연령 표준화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321.6명으로 전국 8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또 최근 10년간 암으로 사망한 시민 수가 연평균 인구 10만 명당 105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짚으며, 부산시가 서둘러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시는 예방할 수 있는 암부터 구‧군과 합심해 진정으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이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을 제안하며 각 구에서 조례를 발의한 구의원들과 부산시 지원을 희망하는 시의원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부산시는 시민의 건강권 증진과 지역 간 건강 격차 해소를 위해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 사업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하나. 부산시는 원활한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 지원사업 진행을 위해 구‧군과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신속히 운영에 나서라.
하나. 부산시는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 지원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구‧군에 조례 제정을 권고하라.
2023년 11월 06일
부산시의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 사업 지원을 바라는 시‧구의원 일동